부동산 변곡점이 왔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어 나쁘지 않다. 이 책의 포인트는 주택구입부담지수, 전세가율에 대한 이해로 충분하다고 본다. 작가가 애기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각자의 펀더맨털' 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할 듯 하다.
버블 수준을 알려주는 주택구입부담지수
주택구입부담지수 :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에서 3개월마다 산출해 발표하는 지수로,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상환 부담을 나타낸다.
'지수 100' 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가구 소득의 25%를 쓴다는 의미. 예컨대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00이라면 중위소득의 서울 가구가 중위가격의 서울 주택을 구입할 때 소득의 25%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이야기.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유의미한 지표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그동안 집값 고공 행진을 초래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던 '저금리'를 지수 산출 도구에 포함하면서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수치화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득 대비 집값을 나타내는 PIR (price to income ratio) 보다 유의미한 지표라고 판단한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64 내외 (소득의 41%를 주담대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수준) 를 기록했던 과거 두 차례 (2008년 2분기 164.8 이후 2013년 까지 중장기 하락장, 2018년 4분기 163.8 이후 2019년 상반기 조정장 진입) 모두 서울 부동산이 단기든 중장기든 조정장에 빠진 이력이 있다.
서울은 지수 고점 164를 2020년 4분기에 돌파하더니, 2022년 2분기에는 231.4 (소득의 58%를 주담대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수준) 까지 올랐다. 높아도 너무 높다.
전세가 대비 매매가의 버블을 알려주는 전세가율
전세가를 [주택의 사용가치], 매매가를 [주택의 사용가치 + 주택의 투자가치] 라고 볼 때 전세가와 매매가의 괴리가 커진다는 것은 주택의 사용가치보다 투자가치가 더욱 크게 반영된다는 뜻이므로 매매가의 버블이 심화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전세가율이 낮으면 매매가의 거품이 크고, 전세가율이 높으면 매매가의 거품이 작다고 본다.
지난 상승장에서 서울 한강 이남과 이북의 정점이 달랐다. 2007년 상반기 고점을 맞이한 서울 한강 이남은 전세가율이 40% 이하로 떨어진 반면, 같은 시기 전세가율이 아직도 50% 수준이었던 한강 이북은 2008년 하반기까지 상승하다가 40% 초반대에 다다르자 상승을 멈췄다.
2009년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38.2%로 역대 최저였던 반면, 당시 지방 광역시의 전세가율은 부산 66%, 대구 65.4%, 광주 74%, 대전 60.7%, 울산 67.9%로 전세가와 매매가의 괴리가 서울보다 월등히 작았다. 즉, 광역시의 버블 정도가 서울보다 월등히 작았기 때문에 매매가가 급등할 수 있었다.
하방 압력이 커지는 2026~2027년
서울 부동산 전세가는 2023~2024년 하향 안정화, 2025년 상승의 가능성이 크다. 매매가도 대체로 이 범주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바로 그다음이다. 이대로 가면 2026~2027년은 하방 압력이 극대화될 해가 될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3기 신도시 입주
판교,광교,위례가 토지보상금이 지급되고 5년 뒤부터 입주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2021년에 이미 90%대 진척률을 보인 인천,계약,하남 교산을 중심으로 5년 뒤인 2026년경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단지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과거 서울 부동산의 중장기 하락장이라 하면 1991~1995년과 2010~2013년을 꼽는데, 이때가 정확히 신도시들의 입주 시점과 일치한다. 1991~1995년 하락장은 1기 신도시 입주 시기와 겹쳤고, 2010~2013년 하락장은 2기 신도시인 판교, 광교의 입주 시기와 겹쳤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신도시가 입주할 때쯤 되면 수도권 부동산이 상당 기간 상승해 매매가와 전세가의 괴리가 상당히 커진다. 판교가 입주를 시작하기 전 서울 전세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38%대였다. 따라서 전세가 대비 매매가의 버블이 최고조인 시점이며, 이때 신도시의 입주는 서울 무주택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서울 전세 수요의 이탈을 불러와 전세가에 타격을 주게 된다. 안 그래도 전세가율이 낮은데 신도시 입주로 전세가가 추가로 타격을 받으면서 매매가도 힘을 잃게 된다. 전세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갭투자자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뿐 아니라, 주택 임대 비용도 하락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굳이 주택을 매매할 필요가 없어져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도 사라진다.
3기 신도시 입주는 서울 부동산에 적지 않은 여파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바, 실제 착공 여부 등 진척 상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 다시 늘어나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2021년에 급증한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26~2028년 입주 물량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인가부터 입주까지는 5~7년이 소요된다). 이 시기에 3기 신도시 입주 개시가 예정돼 있는데, 서울의 늘어나는 입주 물량과 3기 신도시 입주가 맞물린다면 파괴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My note. 인허가 물량보다는 착공 물량이 좀더 정확하리라 생각이 된다. 인허가를 받아 놓고 한참 뒤에 착공하는 경우가 있고, 착공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2~3년 후 준공을 해야하기 때문에, 착공 물량이 보다 신뢰가 간다. 착공 물량에 관해서는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 _ 저자 배문성] 을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종합해보면, 서울 부동산은 변곡점을 맞이한 후 당분간 일정 수준의 조정을 겪다가 2026~2027년에 큰 폭의 하락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하락장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곳
상승장에서는 호재가 즉시 반영되면서 가격이 거침없이 상승하는 반면, 하락장에서는 투자수요부터 감소하다 보니 주택의 사용가치보다 투자가치가 많이 반영된 곳이 더욱 급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연유로 지난 하락장에서도 전세가율이 낮은 지역과 재건축 아파트가 많이 하락했다.
특히 이번 상승장에서는 유동성의 힘을 빌려 입지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상승했기에 입지 경쟁력보다 오버슈핑된 곳, 즉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상당히 오버슈팅돼 전세가율이 낮은 곳이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수영장의 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했는지가 드러난다는 워런 버핏의 발언은 하락장에서 입지 경쟁력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실수요보다 투자수요가 많이 유입된 곳, 전세가보다 매매가의 상승폭이 두드러져 전세가율이 낮은 곳이 하락장에서 위험한 이유다.
주택구입부담지수, 전저점과 중장기 평균 사이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의 중장기 평균은 132.5 이다 (2004년1분기~2022년2분기 기준). 그리고 주택구입부담지수 최저점은 86.5 (2015년1분기)였다. 즉, 주택구입부담지수가 86.5와 132.5 사이라면 매수를 고려해 볼 만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32.5 아래라도 조만간 대규모 공급(3기 신도시 입주 개시 등)의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면 매수 시점을 좀 더 늦출 필요가 있다.
전세가율, 60%라는 숫자를 기억하자
매매가가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되는 시점의 전세가율은 60%(2013년10월) 였다. 40% 아래까지 떨어졌던 전세가율이 60%까지 오르자, 매매가도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됐다. 서울의 전세가율이 50% 아래로 갈 경우 중장기 하락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락장에서는 전세가율이 상승 전환하더라도 60% 아래에서는 본격적인 상승 전환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전세가율 50% (매매가 중장기 하락 전환 시그널) 와 60% (매매가 상승 전환 시그널) 라는 숫자를 기억하자.
1년 반등이 주는 의미
서울 부동산은 하락장 속에서도 월간 단위로는 가끔 반등이 있었으나, 이내 다시 하락하곤 했다. 그러나 반등이 최소 1년 지속될 경우, 이후로는 최소 4년 이상의 상승장을 맞이하곤 했다. 따라서 매매가가 하락을 지속하다가 '1년 정도 반등'한다면 이후 최소 4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진입해도 된다. 그러면 최소한 발바닥은 아니더라도 무릎 정도에서 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 부동산 정도 되는 규모라면 한번 상승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다시 하락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활용하는 셈이다.
상급지로 갈아타기
좋은 시기
- 상승장 전반부 (향후 상급지 초과 상승 예상)
- 하락장 막바지 (상급지 초과 하락 마무리 단계)
나쁜 시기
- 상승장 막바지 (하락장 전환 시 상급지 초과 하락)
- 하락장 전반부 (향후 상급지 초과 하락 예상)
중장기 미래의 입지
피할 수 없는 고령화 시대
- 역세권과 비역세권의 차이가 더욱 벌어짐. 고령 인구가 많을수록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어 역세권의 인기는 더욱 치솟게 된다.
- 대형 병원 근처의 입지가 인기.
- 평지에 자리한 단지 인기.
더욱 중요해지는 직주 근접
- 여성의 학력 및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상승. 가정에서 여성의 발언권 및 영향력 커짐.
- 공동 육아 트렌드 부각
슬세권의 부각
- 백화점의 고가 구매층이 보다 젊은 층으로 재편
- 대형 쇼핑시설 인근의 입지가 과거보다 더 인기를 끌게 될 것.
- 잠실(슬세권)과 강남의 평당가 차이가 예전에 비해 줄어듬.
진화하는 신축 대단지
- 단지 안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진화 (조식,영화관,수영장,워터파크 등등)
- 아파트 단지의 폐쇄 정도가 높을수록 아파트 가격이 높다.
상승장 때는 상승의 논리가, 하락장 때는 하락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한다. 사실 상승장 때는 상승의 근거, 이른바 호재가 매매가에 반영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웬만한 악재는 묻히기 십상이다. 반대로 하락장 때는 악재가 빠르게 부각되며 호재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